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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및 창문 개구부에 관한
화재안전의 이슈에 대하여

서울시립대하교 방재공학과 교수, 공학박사  윤명오 서울시립대학교 방재공학과 교수, 공학박사 윤명오

외벽화재의 양상

건축물 외벽화재의 위험과 피해양상은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시대의 도시 대화재의 경험으로부터 잘 인식되어 있었다. 1666년 런던에서는 외벽연소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법적인 시도가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노력이 현대에도 이어지는 건축방화규제의 시초라 할 수 있겠다.
고층화될수록 건축물은 구조적인 이유에서 철이나 콘크리트 등의 불연ㆍ내화재료를 주재료로 채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유기단열재가 에너지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게 되면서 건물의 연소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화구조는 과거의 목조건축물처럼 연소가 진행되면서 붕괴하지는 않지만, 외벽이 타는 순간 외벽 전체가 겉잡을 수 없는 화염에 휩싸이고 창문 개구부 사이로 불길이 드나들면서 건물의 내부공간으로 층층이 불이 옮겨붙는 현상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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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벽면을 타고 형성되는 빠른 상승기류는 연소를 가속하는 요인인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화상(불자리)이 수직으로 확대되며, 화염의 높이가 커지기 때문에 사다리차에 의한 소방활동은 타이밍 측면에서나 진압역량 측면에서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건물 내부가 층마다 연이어 타들어 갈 때 스프링클러 설비도 무용지물이다. 초기에 수압이 센 아래층에서 동작하는 동안 비상 수원이 고갈되어 버릴 것이고, 내부의 화세를 억제한다고 하여도 살수 범위 밖에 있는 외벽의 연소가 계속되기 때문에 전혀 적응성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열재 등의 외벽 유기재료가 보급되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우려되는 현상이 있다. 그것은 울산 주상복합화재나 런던 그렌펠타워의 외벽연소 현상에서 더욱 명확히 관측된 것으로 외장재와 콘크리트 벽면이 공간적으로 띄워져 있는 경우, 이른바 드라이 월(건식 벽체) 공법에서 보이는 굴뚝 현상(Stack effect)이다. 외장재의 이면 간극이 굴뚝이 되어 그 연소속도는 단순한 표면연소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촉진된다.

화재안전 대책의 원칙

건물 외주부에 있어서의 연소확대를 저지하는 개념은 설계단계에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외벽을 불연화하거나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일정 성능의 방화 구조화 하는 개념이다. ‘불 연화’가 어려운 경우 일정 수준 이하로 가연성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외벽의 가연성을 제어하는 경우라도 창문을 통해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이 상층부 창문을 통해서 직접 또는 발코니를 경유하여 직간접으로 화재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화염차단 구조를 구현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상층부 확산방지 구조의 구현이 어렵거나, 그 확실성을 높이고자 하는 경우에 건물 내부의 화염 자체를 억제하는 방법이며, 화재하중(Fire Load)을 억제함과 동시에 자동식소화설비(수계소화설비)를 창문 안쪽 주변에 충분히 설치하는 방법이다.
이상의 세 가지 원칙은 거의 100년에 가까운 건물방화의 역사 속에서 지식과 경험으로 검증되고 합의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그 효용성을 재차 논할 필요는 없다. 다만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제반 원칙에 기반을 둔 설계가 보편화 되도록 할 것인가가 그 관건이라 하겠다.

관련 규제의 현실과 지향점

1. 외벽 연소성의 억제측면
우리나라에서 재료의 연소성 억제의 개념은 재료 샘플(100㎜ × 100㎜ × 50㎜)에 대한 연소 열량을 순간발열량(HRR)과 총발열량(THR)으로 나누어 측정하고, 그 결과를 등급화하여 적용토록 하는 것이다. 그 시험은 콘 칼로리미터로 하게 되는데 ‘불연재’는 별도의 판정 기준에 따른다.
‘콘칼로리미터시험’은 1980년대에 개발된 당대의 획기적인 발명이며, 재료의 연소 열량 값을 신속 정확하게 획득할 수 있는 독보적인 방법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작은 재료 샘플을 수평으로 놓고 복사 가열하는 방법을 채택함에 따른 간편함 대신에 그 결과의 적용성에도 한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실제상황에서 건축재료는 주로 수직으로 놓이며, 연소가 진행됨에 따라 물리적 상태가 변화하게 되므로 ‘열량 판단’만으로는 ‘연소양상’을 예측할 수 없다. 같은 준불연등급이라 하더라도 외벽에 설치하는 방법에 따라 연소속도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콘칼로리미터시험법’을 ‘일본’을 제외하고는 건축재료의 연소성 등급을 판정하기 위한 시험법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으로부터 ‘국토교통부’는 2021년 3월에 이르러 외벽 연소성을 판정하기 위한 ‘개혁’을 예고하였다. 그 골자는 유기단열재의 경우 외벽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공법을 적용한 실물모형시험을 연소테스트 한다는 이른바 ‘실물화재시험법’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외벽공법은 예를 들어 동일한 드라이비트 시공이라 하더라도 같은 현장내의 건물 부위마다 물리적으로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어서, 과연 실무적으로 어느 정도의 융통성과 효율성으로 실물화재시험을 적용할 수 있게 할 것인가는 이제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한편 미국 및 영국에서는 이미 실물화재시험법은 확립되어 있었으나 그렌펠 화재 이후 그 적용대상이 제한적이었다는 반성과 함께 강화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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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하층 창문 개구부 연소방지
건물 내부에서 붙은 불이 상층으로 올라가는 연소확대의 문제는 외벽의 가연성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분출화염’이라는 고열의 가열된 입자들이 불길을 형성하여 위층으로 넘어가는 현상은 외벽의 재질과는 독립적인 건물화재의 보편적인 양상이다. 소화설비의 보급이 미미했던 시대에도 고층화재 대책을 구현함에 있어서 분출화염의 문제는 핵심중의 핵심과제로 취급되었다.
분출화염 차단을 위한 구조적인 개념으로써 확립된 만국 공통의 방법은 스팬드럴(spandrel) 또는 채양을 설치하여 화염을 이격시키는 것이다. 상하 개구부 간의 격리를 위한 최소거리 즉, 스팬드럴의 폭은 90㎝(3ft) 이상으로 설치하거나, 그것이 어려운 경우 길이를 45㎝ 이상의 불연ㆍ내화 채양을 설치토록 하는 규제가 세계 각국에서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기 건축법에서 스팬드럴 및 채양 규정을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규제 완화의 흐름 속에서 이 규정은 그 본연의 의미가 이해되지 못한 가운데 ‘디자인’의 자율성에 배치되는 물리적 기준으로 오해되어 ‘삭제’되어 버리고 말았다. 세계적인 상식이자 창문 개구부 분출화염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규제가 반드시 복원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3. 내부연소의 억제를 통한 확산방지
모든 건물에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스프링클러설비 설치의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스프링클러의 방호범위가 개구부 및 그 주변을 충분히 포괄토록 함으로써 분출화염 자체의 화세를 억제할 수 있다. 건물 내부에서 발생하여 주변으로 확산되는 화재라면 스프링클러의 작동으로 조기에 화원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커튼이나 가구 등의 수직 가연물이 위치하고 있는 곳에서 연소가 시작되면 발화 및 착화 그리고 출화에 이르는 전 과정이 몹시 빠르게 진행됨으로 화재진압에도 시간이 걸리면서 화염의 외부 분출 현상이 초기에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스팬드럴이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상층부 연소확대의 차단에 확실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물 내·외벽 및 개구부 주변에 스프링클러를 보강설치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설계 방법은 NFPA(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를 비롯한 각국의 기술기준에서 스프링클러 설계방식의 하나로 채택되어 있다.

지역화재에 있어서 외부연소의 문제

창문 개구부가 갖는 또 하나의 확산 형태는 ‘수평연소’이다. 창문 개구부가 일정 거리 내에서 마주보고 있다든가, 가연재로 마감된 벽체로부터 연소의 우려가 있는 거리에 위치하는 경우에는 화재 시에 창문 등을 통한 ‘복사열’이 건물 간의 연쇄적 화재를 유발한다. 이 문제는 고층화되는 건축물에서의 ‘외벽수직확산’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지만, 화재위험의 관점에서는 주목하여야 할 주제임이 분명하다.
건물 밀집 지역의 가연성 외벽이나 분출화염의 문제에 대하여 건축법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소의 우려’를 규제하는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서 수직화염의 확산문제와는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창틀’의 연소성에 대한 개념이다. 내부 화재로부터 건물외벽이나 상층부 창문 개구부로 연소 확산되는 화재유형에 있어서 ‘창틀’의 재질은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 분출화염의 순간발열량이 창틀의 연소열과는 비교가 안 되게 크기 때문이다. 창문의 크기나 위치, 화염억제 구조 등이 이슈일 뿐이다. 그러나 주변 건물의 화재로 인한 우려할 수준의 복사열이 도달하는 범위에서 창틀이 가연성 재료로 되어 있다면 그때는 창틀의 연소가 시작되는 그로 인하여 외벽이나 건물 내부로 화재가 확산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창틀이 ‘화염전달경로’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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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이유로 건축법에서는 연소 우려가 있는 범위 내(1.5m)에서 개구부가 대면하는 경우에는 창문의 방화성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방화성능은 창틀과 유지에 의한 화염차단성능을 의미하기 때문에 해외의 경우 통상 ‘철제 창틀’과 ‘망입유리’를 설치하는 것을 시방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있으나 방화의 개념과 내화의 개념이 정리되지 않은 채 ‘창문을 내화구조’로 하는 것으로 해석된 나머지 현실적으로 ‘유리의 1시간 내화성능’ 확보가 불가능하다 보니 일반 창을 설치한 후 그 위에 별도로 드렌처설비를 추가하는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또한 드렌처설비의 세부 설계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최소 외벽기준 강화추세에 따라 ‘창틀’의 재료규제도 강화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도 검토되고 있는데, 이는 앞서 말한 수직연소와 수평연소의 화재공학적 개념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창틀 재료의 연소성’으로 단순화하여 인식하였기 때문에 제기된 문제 인식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마무리

이상에서 살펴본바, 창문 개구부 및 외벽을 통한 화염확산에 대한 대책은 이미 공학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그 개념이 정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제기준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외벽실물화재시험법의 도입 예고는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 할 수 있겠으나, 한편 오랜 역사를 갖는 스팬드럴 규정 등이 삭제된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아쉬움과 우려를 자아낸다. 건축물 외벽 및 창문 개구부 화재와 관련한 기초적 이슈들을 검토하면서, 관련 규제에 대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정비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소방인 들의 공감을 구하고자 하였다.